오랜 세월 지나 맛찾아 삼만리…결국 탐색·안도
세계일보 본사 재직 시 업무 관계로 전남 광주광역시 출장에서 맛본 ‘보리굴비’의 맛을 지금껏 잊지 못하고 있다. 한국 음식은 산지가 많은 특성상 암반에서 나오는 물로 인해 물맛이 세계적으로 좋고, 천일염을 사용하기에 유럽 등에 비해 2배 가까운 소금 섭취량이다.
하지만 우리는 짜고 매운 반찬과 뜨거운 국 때문에 전혀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요즘 들어 설탕이 많이 들어간 단맛 때문에 중화되는 요인도 있을 것이다.

서울서 거리가 먼 광주광역시에서 맛본 그 음식을 왜 잊지 못하는 것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가깝지 않은 지역이라 다시 가볼 수도 없어서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보리굴비 맛집에 가서 그 맛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그 오묘한 광주의 맛집과는 전혀 다른 맛이어서 광주 그 집 보리굴비에 정말 특별한 노하우가 있었던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것은 울릉도 여행 때 맛본 ‘울릉도 오징어’와 같은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울릉도에서 직접 맛본 ‘울릉도 오징어’는 말린 상태 그대로 먹었는데 마치 젤리 같았다. 신기하게도 육지로 돌아와 며칠 후에 먹어보니 울릉도에서 먹은 맛과 달랐던 경험을 했었다.
마치 ‘울릉도 오징어’처럼 서울에서 그때의 맛을 다시 맛보게 해줄 맛집이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상호라도 잘 기억하고 있을걸’ 하고 아쉬움이 커져 가면서 인터넷으로 찾아볼 생각을 했다. 당시 KTX를 타고 광주송정역에 내려 역 앞에 대기하고 있던 거래처 사장의 차를 타고 마침 점심시간이라서 곧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그의 말대로 ‘광주에는 맛집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보리굴비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라며 가게 된 그 집은 정말 보리굴비의 맛이 일품이었다. 조기나 굴비나 비릿한 맛에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던 필자였지만 그날 맛본 보리굴비의 맛은 정말 지금까지도 감탄하는 ‘특별한 맛’이었다.
업무로 바쁘게 일상생활 하면서 그렇게 그때의 뛰어난 맛의 보리굴비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몇 해가 지나갔다. 그러다 날이 추워지자 정말 불현듯 보리굴비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광주의 그 집이 생각났다.
‘아…. 그 집 상호가 뭐였더라…’
인터넷을 몇 번이나 찾아봤지만 허탕만 하기를 수십 번…. 허탈함으로 “다음에는 꼭!” 다짐했지만 또다시 일상에서 분주함으로 지나쳐 버리게 됐다.
그러던 중 오늘, 결국은 기막히게 우연한 기회로 그 맛집을 찾고야 말았다! 이번에는 막연하게 광주 어디쯤 이렇게 물색한 것이 아니라 광주송정역을 기점으로 당시 사장과 함께 차를 타고 가면서 나눴던 이야기들, 여기는 광주공항, 여기는 영산강, 극락교 등 마치 문화관광해설사처럼 지역에 관해 설명해 준 기억을 더듬어 인터넷 지도를 짚어 나갔다.
‘여기 어디쯤인 거 같은데…’ 인터넷으로 찾은 지도를 유심히 살펴보던 중 무릎을 쳤다.
‘그래, 건물 뒤편에 주차하고 식당에 들어갈 때 모양새가 이랬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눈에 익은 지형이 나타난 것이다. 아직 머리가 죽지 않았다면 여기가 맞다. 틀림없다. 반가운 마음에 메뉴부터 살펴봤다. 낙지, 광어, 우럭 등 활어직판장 이름처럼 많은 활어가 있었다. 당시에도 ‘활어집인데 왜 보리굴비가 유명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역설적으로 더 기억에 남게 됐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집이 광주광역시 14년 연속 맛집으로 지정된 곳이란다. 하기야 나도 당시 보리굴비 맛을 못 잊어 다녀온 지 벌써 5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어도 다시 찾아 맛보고 싶은 맛이니 연속 맛집으로 지정된 사실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입맛은, 음식은 참 오묘하다. 식감이 주는 맛과 그 정취가 같이 주는 맛, 추억이 주는 맛이 마치 비빔밥처럼 혼합되어 다양한 반찬이 어우러져 특이한 맛을 내는 것 같다.
그래서 돌고 돌아서 이제 찾았기에 거리상 현지에 가서 먹지는 못하더라도 집에서 택배 주문을 통해 당시의 맛을 기억하고 음미하며 먹어볼 참이다.
‘아, 그 맛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행복한 추억과 고민을 동시에 떠올리며 입맛을 다지다 보니 어느새 짭쪼로운 ‘보리굴비’가 내 입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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