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하 국힘) 전당대회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극우 성향 유튜버 전한길 씨가 ‘배신자’라고 외치며 소란을 일으켜 대내외 비판이 거세다.
국힘은 전 씨에 대해 중앙당 차원의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실제 이뤄진 징계는 '경고'에 그쳤다. 당 지도부의 엄중 조치 요구에도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에 그친 것이다.
국힘 중앙윤리위원회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2차 회의를 열어 전씨의 소명 절차를 거친 뒤 “전씨가 전과도 없고, 본인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향후 재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에 이 정도로 그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고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에 이은 가장 약한 징계다. 누가 봐도 솜방망이 징계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사실상 징계 의지가 없는 생색내기에 그친 입장일 뿐이다.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한길 씨는 소란 행위로 당 명예를 훼손하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당대표가 공석인 시점에서 비대위원장은 당대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중앙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말을 아꼈다.
국힘 수석대변인은 "윤리위는 당의 독자적인 기구로 독립적인 판단이 이루어지는 그런 기구이기 때문에 지도부 차원에서도 그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어물쩍 넘어가는 태도다. 구차하고 군색하다.
전 씨 본인은 자신의 행동이 '국힘 전당대회의 관심과 흥행에 도움이 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를 다수 당원과 지도부가 동의하는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여튼 개인이 정당을 흔든 이번 사태는 고의든 저의든 정당 소속 의원이 특정 인물에 대해 지지하는 듯한 모습이 발단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재론하지 않아도 내란수괴 혐의 윤석열 피의자를 지지하며 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은 그를 공당에서 공공연하게 내세운 과거 행위에 대해 국민들은 알고 있다.
따라서 유튜버 전한길 씨의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돌발행동이 아닌 국힘 쇄신 요구라는 큰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대표 경선에 참여 중인 조경태 후보는 "당대표로 선출되면 즉시 (전한길씨를) 제명시키겠다"고 천명했으며, 역시 당대표 후보로 나선 안천수 후보도 "윤리위 결정은 국힘 치욕적인 날"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찬탄(윤석열 탄핵 찬성) 주자로 분류되면서 반(反) 전한길 입장이지만 반대로 반탄(윤석열 탄핵 반대) 주자인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친(親) 전한길 입장으로 대립적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아직도 '윤 어게인'을 외치는 내부 세력과 함께 국힘 전체의 위기감을 가속화 시킬 수 있음을 부각시킨다. 시쳇말로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는 격이다.
온갖 법지식을 총동원해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모색해 '법꾸라지'로 불린 윤석열 못잖게 '미꾸라지'로 불리며 국힘을 휘젓고 다니는 전한길 씨의 행태는 자충수로 보인다. '법꾸라지'는 한때 석방까지 끌어내면서 소기의 '성과'를 얻기도 했지만 '미꾸라지'는 성과보다 성패를 좌우할만한 '시한폭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힘은 심각성을 모른다. 아니 모른척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시한)가 돼서 내부반발(폭탄)이 거세질 경우 결국은 소멸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구나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의 강성 기조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당대표의 사면복권 등 국힘 앞에 강경기류가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힘 지도부가 온 '웅덩이'를 흐리는 '미꾸라지'에 대해 어떨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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