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부동산 시장의 현 상황을 살펴보면 마치 차가운 겨울 날씨가 이어지는 들녘처럼 스산하다. 한때 투자와 생계의 상징이던 상가는 곳곳에 ‘임대문의’ 푯말만 걸려 있고 사람들로 북적여야 할 거리도 한산하기만 하다.
사람들로 붐비던 상가는 인적이 줄고 퇴색한 간판들만 바람에 나부낀다. 오랜 시간 ‘불패 신화’로 굳건했던 상업용 시장이 맞닥뜨린 현실은 침묵과 회의적인 모습 그리고 생존의 치열한 고민이 뒤엉킨 살풍경이다.

오피스 빌딩의 실내를 걸으면 적막이 흐른다. 회의실 불은 꺼져 있고, 엘리베이터 앞에 모인 사람들의 수는 세는 것이 미안할 정도다. 서울 강남, 비즈니스의 중심지라는 곳에서조차 공실을 모면하기 위해 임차인 유치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른바 ‘금싸라기’ 입지의 프라임 오피스만이 소수의 승리자로 남는다.
반면에 변두리와 지방, 산업구조조정의 바람이 몰아치는 지역에서는 빈 사무실과 문 닫은(폐업) 사무실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기업의 구조조정, 원격근무 확대, 경제 불확실성은 오피스 시장의 기둥을 흔든다. 한때 안전하다고 안심하던 오피스도 이제는 예외가 아니다. 공실에 대한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다.
상가는 더 혹독하다. 코로나19와 구조적 소비 패턴 변화는 자영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매출이 끊기면서 고정비만 남고, 이제는 상권의 명맥 자체가 흔들린다. 예전 쓰라린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공실 대란’의 조짐도 감지된다.

예전에는 시간과 인내로 버틸 수 있던 위기가 이제는 구조적으로 변해버린 듯하다. 수요 자체가 과거로 돌아가기 힘든 이유, 그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질서가 이미 역전됐고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 높은 금리까지 모든 악재가 겹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장에서는 긴 한숨소리만 들려온다. 건설 자재비와 인건비의 상승은 신규 개발의 동력을 꺾고, 미분양과 착공 연기가 계속되면서 택지개발 계획마저 무산되는 현상이 이어진다.
그러나 위기는 언제나 기회의 싹을 품는다. 오피스의 양극화, 상가의 변화와 조정은 새로운 질서 정립의 과정이기도 하다. 데이터센터, 물류시설, 신성장 산업이 자리 잡는 곳에는 여전히 사람과 자본이 몰리고, 도심 재생과 생활밀착형 부동산, 입지별 맞춤형 자산을 향한 투자 수요도 기대되고 있다.
성장이 멈춘 자리는 혁신이 들어설 자리를 마련한다. 기존의 관성과 안일함을 지우고, 시장의 맥락과 변화의 본질을 직시하는 혜안만이 결국 ‘다음 시대의 생존자’로 남게 한다. 아픈만큼 성장하게 하는 변혁의 흐름은 지금처럼 한바탕 잔혹한 불황의 터널을 지나며 더욱 거침없이 성장할 것이라는 여운을 남긴다.
2025년의 한국 부동산 시장은 단순한 사이클이 아닌 구조적 전환기로 볼 수 있다. 좌절과 기회, 절망과 희망이 엇갈리며 또 다른 내일이 준비되고 있다.
요철같은 사이클링의 흐름이 반복되는 시스템에서 누구보다 더 깊은 통찰과 안목 그리고 분석과 대응이 절실한 시점임을 부동산의 오늘이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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