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사전적 의미부터 살펴보자. 의리(義理)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도리다. 싸가지는 ‘싹수’의 강원, 전남지역 방언이나 ‘소갈머리’의 전라지역 방언이다. 모두 사람에 대한 예의나 배려가 없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모두 있다, 없다의 긍정, 부정형 단어와 나란히 쓰인다. 그만큼 장·단점이 공유되는 말이다. 잘 쓰이면 좋은 사람이요, 잘 못 쓰이면 좋지 않은 사람이란 표현이 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윤석열 탄핵으로 조기대선 일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 선출이 한창이다. 그런데 선거판에 후보 간 막말이 다시 난무한다.
정치판에서 이런 모습은 식상할 정도다. 하지만 이번 조기대선에 그래서는 안 된다. 임기 만료로 진행되는 대선이 아니다. 탄핵으로 물러난 대통령의 역할을 정상화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 선거다.
여당 국민의힘은 1명의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하는데 무려 8명이 난립했다. 1차 경선에서 4명으로 줄이고 다시 2차 경선투표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한덕수 권한대행의 출마설이 불거져 논란이다.
대선을 관리감독해야 할 국무총리가 대선에 나선다는 자체가 위법이란 지적이다. 그럼에도 2차 경선투표 주자 4명 모두 '한덕수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를 강조한다. 한 대행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누구보다 준법해야 할 대통령에 나서는 사람들이 위법을 자초하니 아이러니하다.
야당에서도 각기 적합한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김경수·김동연 후보가 경선에 나섰다. 지역별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 1위의 우세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오후 고양시 킨텍스에서 합동연설회를 열고 최종 경선 결과를 발표한다. 사실상 이재명 대표가 대선후보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선 과정에서 상대방을 흠집내는 말들이 여전했다는 것이다. 이는 야당보다 과다하다고 느낄 정도로 많은 후보들이 나선 여당에서 도드라졌다.
어떤 말들로 대립했는가는 거론할 필요도 없다. 다만 같은 당 후보 간에 어찌 저럴까라고 혀를 차게 한 자세가 문제다.
대선 출마 전에는 상대에 대해 우호적이고 호의적이던 관계가 반대로 돌아섰다. 후보들 관계를 보면 상호 간에 은혜 받은 일이 적지 않다. 지금 그 자리에 서게 된 배경에 상대의 은덕이 있는 후보도 있다. 이는 알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인 경우다.
그런데 '내가 언제?' 식으로 모른체 한다. 나몰라라 한다고 덮어질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말로 상대를 해치고 나를 돋보이려고 한다.
전쟁에서는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그렇기에 사람을 죽이는 것이 정당화된다.
선거는 전쟁과 같아서 상대방을 죽여야 내가 사는 것인가. 전쟁처럼 무기를 사용할 수 없으니 말로 죽여야 한다. 이럴 때 상대에 대한 배려와 양보는 없다. 살기 위해 죽이는 것 뿐이다.
개인적인 측면에서 보면 의리를 버려야 한다. 예의를 지키지 말아야 한다. 싸가지 없다는 비아냥도 무시해야 한다. 모두 버리고, 지키지 말고, 모른체 해야 한다. 오직 정식 후보, 출마, 승리의 수순만 생각한다.
선거에 나선 모두를 싸잡아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언제쯤 선거판에 존경과 배려가 있게 될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정말 의리와 싸가지가 있으면 안되는 데가 정치판이고 선거판인가. 그저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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