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품은 교동도, 마치 고향 같은 情으로 추억되다

최정석 기자

jschoi@naver.com | 2022-09-09 12:29:02

한국 최초 향교 ‘교동향교’ 900년 시간 그대로 간직
화개산 정상 스카이워크형 전망대 현대식 절경 자랑

대룡시장에서 맛과 멋을 만끽한 후 올해 4월 개장한 화개산 화개정원과 전망대로 향했다.

화개정원은 1단계 사업인 역사·문화·평화·추억·치유의 5색 테마정원 이후 2단계 사업으로 석가산·물과 폭포·암석원 조성을 완료했다. 

무엇보다 화개산 정상의 스카이워크형 전망대가 단연코 최고의 절경을 자랑한다. 이곳에서는 한강하구와 서해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북녘 땅에 흐르는 예성강을 따라 펼쳐진 연백평야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저어새 형상의 화개산 스카이워크 전망대. (사진=최정석 기자)

▲화개산 모노레일 탑승장. (사진=최정석 기자)

특히 모노레일을 통해 정원입구에서 전망대까지 2㎞를 궤도열차로 이동하며, 화개정원의 빼어난 풍광을 조망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이같은 화개정원 조성사업은 향후 계절 수목과 화초를 심고 야간 경관을 더해 수도권 최고의 휴양시설로 조성해 올해 상반기 중 전체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으로 있다.

화개산과 화개사를 거쳐 내려오면 약 900년 전의 모습을 간직한 교동향교를 볼 수 있다. 

교동향교는 고려 인종 5년(1127)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향교이다. 지난 1980년에 복원돼 1995년 3월 인천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한국 최초 향교인 교동향교. (사진=최정석 기자)

향교는 유교 성현의 위패를 놓고 제사를 지내며, 백성의 교육을 수행하기 위해 국가에서 세운 지방 교육기관이다. 

교통향교는 교육공간인 명륜당과 동재·서재가 있으며, 제사 공간인 대성전과 동무·서무 그리고 내삼문·외삼문·제기고 등이 남아있다.

향교를 지나 도로 반대편으로 작은 언덕에 퇴색한 석성(石城)이 눈에 띈다. 교동읍성이다. 둘레 800m 정도의 성벽은 허물어진 모습이지만 일부는 건재하고 성문도 남아 있다. 읍성 남문에 해당하는 홍예문은 누각인 유량류가 없어진 채 남아 있다가 몇 년 전에 복원됐다.

▲교동읍성 홍예문. (사진=최정석 기자)

더구나 읍성 안에는 주민이 살고 있다. 그런데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고요함과 적막함으로 시간 속에 묻어가고 있어 무상함을 더하고 있다.

교동도는 이렇게 수백년의 모습을 담은 그대로 2022년의 시간도 쌓아가고 있다. 

'시간이 멈춘 섬'이라는 이미지처럼 교동도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했다. 물론 도시처럼 많은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은 없다해도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은 교동을 돌아보면서 사라져버렸다.

대룡시장의 낡은 간판 등 오랜 노포의 모습, 색이 바랜 극장 건물, 허름한 골목길 등 말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이었다. 

▲난정저수지 연꽃 모습. (사진=최정석 기자)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봄직한 풍경이다. 그래서 그런지 현지에서 살아본 적이 없음에도 되레 정감이 가고 향수(鄕愁)에 젖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읍성 인근에 있는 남산포를 지나 서북쪽으로 멀리 떨어진 난정저수지·난정해바라기정원으로 향했다. 

당일 여행의 마지막 코스였지만 읍성에서 거리상으로 가깝지 않아 다음 기회로 미루려 했다. 하지만 드넓은 저수지보다 10만송이라는 난정해바라기정원의 장관을 놓치기 싫었다.

읍성에서 7km 정도 거리에 자동차로 10분이내면 도착하나 귀가시간을 감안해 서둘러 출발했다.

▲난정해바라기공원의 1만송이 해바라기 모습. (사진=최정석 기자)

난정리를 향해 교동의 들판을 달리면서 주위를 보면 어느덧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드넓고 푸르른 강화 들판이 주는 풍성함에 저절로 힐링이 되면서 감동이 밀려온다. 고요한 섬에서 평화로움을 만끽하는 자유에 가슴이 벅차온다.

바닷가에 거의 맞닿은 난정저수지의 광활함이 눈에 들어왔다. 웅장함에 감탄하기도 전에 노란 해바라기들이 끝도 없이 펼쳐진 난정해바라기공원의 절경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노란 물결의 풍광에 여기저기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관광객들은 잠시 즐기고 가면 되지만 이렇게 드넓은 해바라기 정원의 탄생에는 수많은 난정리 마을 주민들의 수고가 있었다. 

▲난정저수지. (사진=최정석 기자)

강화 교동 난정리 마을 약 3만3000㎡ 부지에 해바라기 정원이 조성된 것은 지난 2017년이다. 난정저수지 인근 공터가 방치되면서 이를 활용하려는 난정리 마을 주민들의 뜻을 모아 시범적으로 해바라기를 심었다.

해바라기는 청정의 자연 속에 둘러싸인 교동도 난정리의 깨끗한 공기와 적당히 불어주는 해풍 그리고 난정리 주민들의 수고로움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광활한 규모의 해바라기를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곳이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위안이 되고 있다는 것과 최북단 고요한 섬의 '노란 정원'에 담겨 있는 순수한 의미를 전하기 위해 주민들은 기꺼이 수고에 나선다.

▲강화사투리로 만들어진 교동도 환영인사가 정겹다. (사진=최정석 기자)

교동도를 한바퀴 돌아 나오면서 섬 전체로 연결된 자동차 일주도로가 없어 수고를 더해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약 4km 정도의 자전거 일주도로는 조성돼 있어 라이더라면 누구나 반나절이면 교동도를 일주할 수 있다. 

차량으로도 중간중간 관광지인 제비집·대룡시장·화개정원·난정해바라기정원 등 곳곳에서 만난 주민들의 친절함은 너무 좋았다. 어느 한 곳에 국한되지 않고 섬 전체에서 푸근함을 느꼈다. 

이런 기억은 교동도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마치 고향을 다녀온 듯한 즐거움으로 오랫동안 추억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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