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판결'로 대한민국 정치의 지옥문 열다
이완재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newsif@naver.com | 2025-05-01 20:57:46
1일 나온 '희대'의 판결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작품이다. 역사에 남을 판결이다.
이 '희대'의 판결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특별한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재명이란 사람은 절대로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굳은 의지가 전원합의체에 사건이 회부된 지 열흘만에 선고됐다는 점에서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대법원장이 강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그런 절차가, 그런 판결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봐야 한다.
본인은 며칠 전 대법원 재판 상황이 워낙 신속하게 이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고 이런 의문을 SNS에 올린 적이 있다.
"이재명 의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역시 그 절차가 석연치 않다. 이 사건은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쟁점이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이라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번복되기는 매우 힘든 사건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서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바로 심리에 들어가고 그것이 끝나자 속행기일까지 잡았다. 대법원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신속 절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보통 중대한 법리나 판례 변경 등 신중을 요하는 사안에서 사용된다. 이번 사건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이례적 절차 운영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렇게 절차를 진행하다간 이재명 의원에게 불리하든 유리하든 그 결과에 불만을 품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을 텐데, 무슨 이유로 대법원이 이런 무리수를 두는지 모르겠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이 이런 판결로 나온 것이다.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을 매지 말라'로 글의 제목을 삼았는데, 이 제목보단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하는 제목이 더 나을 뻔했다. 대법원은 오해하기 알맞은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어떤' 의도를 갖고 행동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재명이 대통령 당선되는 것을 절대 두고 볼 수 없다', 이것이 유례를 찾기 힘든 절차와 결론을 관통하는 이유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판결은 '희대의 판결'이다.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판결의 신속성이다. 원심 무죄 사건을 대법원에서 단 열흘 만에 유죄 취지로 파기한 것은 우리 사법사 초유의 일일 것이다. 세계 사법사에서도 그 예를 찾기 힘들 것이다. 재판이란 절차 진행의 외관도 매우 중요하다. 절차가 이례적이면 그 결과로 당사자를 설득하지 못하고 결국 사법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 이번 판결은 그것을 대법원이 자초했다. 왜 그렇게 무리한 재판을 했을까? 한 가지 이유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둘째, 절차적 정의가 실종됐다. 사법사에 기록할 만한 신속 재판뿐만 아니라 재판절차도 문제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라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보냈다면, 변론 없이 판결을 할 수 있는 대법원이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한 번은 변론기일을 열어 검찰 측과 피고인 측의 주장을 들어보는 게 적법절차의 정신에 맞는 공판진행이다. 그런데 단 열흘 만에 모든 것을 건너뛰고 피고인에게 가장 불리한 무죄를 뒤집는 실체 판결을 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송기록만 수만 쪽이라고 하는 이 사건을 읽어도 보지 않고 판결을 선고했다는 비판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무리한 재판 진행으로 사법불신을 스스로 초래했다는 비판에 어떤 변명을 할지 모르겠다.
셋째, 대법원은 법률심임에도 불구하고 판결 내용을 보면 아예 사실심으로 돌변해 버렸다. 대법원은 하급심의 사실오인을 다시 재판해 바로잡는 심급이 아니다. 사실오인이 상고이유가 되려면 하급심이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 등에 위반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판결을 보면 하급심이 공직선거법 상의 허위사실공표죄의 법리를 잘못 이해했다고 하지만 그 실제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심이 허위사실임에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이게 어떻게 법령 위반의 판단인지 의문이다. 통상 대법원이 법령 위반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애매하게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위반했다고 하면서 원심의 사실인정을 뒤집는 일이 있어, 법률심의 판단으로서는 적절치 않다는 비판을 받아 왔지만, 이번에는 그런 논리마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대법원 자신이 선례로 삼고 있는 판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대법원 판례 중엔 이런 것이 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가사 원심의 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판단과 증거취사 판단에 그와 달리 볼 여지가 상당한 정도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원심의 판단이 논리법칙이나 경험법칙에 따른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그것만으로 바로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1호가 상고이유로 규정하고 있는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또한 원심의 구체적인 논리법칙 위반이나 경험법칙 위반의 점 등을 지적하지 아니한 채 단지 원심의 증거취사와 사실인정만을 다투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오인의 주장에 불과하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7도1755 판결)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어떤 점에서 구체적으로 논리법칙이나 경험법칙에 위반했는지를 지적하지 않고 그저 결론적으로만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는 허위사실공표죄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끼쳤다고 판시했다. 이는 위의 인용 중 마지막 부분을 대법원이 스스로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판결로 우리 정치에 지옥문이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에 있어서 예측가능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국가의 안정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정치에 있어서 불확실성은 그 자체로 국가 불안을 초래해 국론분열을 가져오게 된다. 오늘 판결은 그 불확실성을 제거하긴커녕 최대치로 만들어버리고 말았으니, 앞으로 그것을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최악의 사태가 온다 해도 대통령 선거일까지 이재명 후보에게 유죄형이 확정되긴 어렵다. 물론 고등법원에서 또 다른 '조희대'를 만난다면 선거일까지 유죄 확정판결을 하려고 기를 쓸지 모른다. 그런 일이 발생한다고 해도 판결 후 재상고를 생각하면 선거일인 6월 3일 이전에 형 확정은 어렵다. 다만 이렇게 재판이 진행된다면 선거운동이 얼마나 어렵게 될까. 이것은 사법부가 대통령 선거전에 적극 개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힘 후보는 그것을 선거전에서 최대로 이용할 것이고 유권자들의 마음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환송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이재명 후보가 또 다른 조희대를 만나지 않는다면 선거일까지 대법원에서와 같은 재판절차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클 것이고 만일 당선된다면, 재판부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따라 공판을 임기 후로 추후 지정하겠다는 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이 결정을 할 때 불소추특권이 대통령 당선 전의 공판사건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이유에서 명확히 한다면, 그때서야 새 대통령은 사법리스크에서 완전히 해방될 것이다. 이것이 향후 당사자인 이 후보나 우리 국민에게 가장 해피한 정치 일정이다.
만일 이런 결정을 하지 않으면 새 대통령은 헌재에 법원이 대통령에 대해 공판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결정을 받기 위해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것이다. 물론 이것 말고 입법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국회에서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존 재판은 공판이 정지된다는 규정을 두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도 불가피하게 위헌 논쟁이 재연될 것이고 헌재가 그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과연 이 사건의 전개가 어떻게 될까. 또 다른 조희대가 나타나 우리 정치를 완전히 안갯속으로 밀어 넣을까 아니면 평상적 사고를 하는 판사를 만나 순리대로 처리될까. 이런 것을 생각하면 이 판결이 얼마나 우리 정치의 불확실성을 키웠는지 알 것이다. 대한민국 제1 중대사인 대통령 뽑는 일이 판사 몇 사람의 손에 좌우되는 상황이 발생했으니 말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최고원리가 법복 입은 귀족들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질지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니 조희대와 윤석열이 임명한 10명의 대법관들이 감행한 사법쿠데타(?)라는 말이 나온다고 해도 이를 과도한 비판이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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