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걸어온 길, 인생을 그림으로 만나다

최정석 기자

jschoi@gsdaily.co.kr | 2025-05-31 18:52:02

소년공에서 대통령까지 이룬 ‘그들의 악마’ 이재명 톺아보기

주목받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지지와 비난을 함께 받는 경우가 많지만, 이재명 대표만큼 보는 시각이 극과 극인 인물은 없을 것이다. 성남시장부터 경기지사까지 과감한 실행능력으로 남다른 행정능력을 선보였지만 거침없는 발언으로 호감과 반감을 동시에 받은 인물이다.

제20대 대선의 석패와 제22대 총선에서의 승리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탄핵 정국을 지나며 어떤 정치인보다도 압도적인 존재감과 안정감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반감은 단순한 불호 수준을 넘어 극단적인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는 여당의 집중적인 비방과 함께 기득권과 언론의 적극적인 공세 역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시백 화백이 ‘이재명의 길’을 집필하면서 느낀 바를 진솔하게 밝히고 있다. (사진=교보문고)

실체를 감추게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대로 보이게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오로지 작업 원칙은 ‘철저히 사실에 입각하는 것!’

이재명 대표에게 가해지는 공격은 오래전 해명된 루머가 대다수다. 그럼에도 끝없이 거짓 비방이 수면 위로 끌려 올라오는 데는 언론과 기득권의 역할이 크다. 그들이 생산하는 악의적이고 편파적인 여론은 그에게 향하는 증오의 수위를 증폭시키는 한편, 인물에 대한 피로감을 누적시켜 해명마저 외면케 해왔다.

이런 현실에 더해, 갑자기 맞닥뜨린 12.3 비상계엄이라는 만화 같은 상황은 박시백 화백이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작업을 결심한 계기가 됐다. 진실을 보는 사람이 있고, 보지 않는 사람이 있고, 부러 보이지 않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를 정확하게 보이게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작업을 하면서 작가가 세운 단 하나의 작업 원칙이 있다면, ‘철저히 사실에 입각한다는 것’이다. 균형 잡힌 시각은 그동안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박시백의 일제강점사 35년' 등 여러 역사 만화를 작업해 오며 박시백 화백이 늘 신념처럼 지켜오던 원칙이다. 개인에 대해 다루는 첫 번째 책인 '이재명의 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이재명의 길’ 표지. (사진=비아북 출판사)

‘대장동사업’, ‘형수욕설’, ‘여배우연루설’…
이재명 대표 관련 의혹들 정면으로 다루다

박시백 화백은 지금껏 파편이 돼서 소모되던 이재명 대표에 대한 이야기들을 그려모아, 소년공부터 대선후보에 이르기까지 이재명을 더없이 입체적이고 일관된 행보를 보여온 하나의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의혹도 빠짐없이 다뤘다. 특히 그를 따라다니는 오래된 꼬리표인 음주운전 전과와 형수 욕설 사건의 전말, 그리고 공과가 뒤집힌 대장동 사업 등 복잡하고 자극적인 사건의 전후를 명쾌하게 정리해 독자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의 목적은 개인을 ‘영웅’으로 추어올리는 것이 아니다. 박시백 화백이 보는 이재명 대표의 인생 여정은 영웅이나 단순히 입지전적인 성공을 이룬 사람이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정책의 효능감을 중시하는 현실정치가이자, 기득권과 싸워온 투쟁가요, 성공을 자랑삼지 않고 올챙이 시절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일부에서 폄훼하는, 누구의 악마도 아닌 ‘인간’ 이재명의 인생을 그림으로 만나 보자.

▲’이재명의 길’ 내용. (사진=교보문고)

한편 작가 박시백 화백은 시사만화가로 1964년 제주도박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해 학생운동을 하면서 총학생회 신문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1996년 한겨레신문 시사만화가로 데뷔해 만평 '한겨레 그림판'을 통해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사 풍자를 보여줬다. 이듬해부터 연재한 '박시백의 그림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그려내 많은 독자의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그 외에도 '말', '출판저널', '뉴스피플' 등의 매체에 만평을 연재했다.

박시백의 연재만화는 네컷 만화나 한컷짜리 만평이 아닌, 시사 만화로서는 지면이 넓은 편인 페이지 만화다. 한 이슈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희화화하거나 패러디를 하는 보통의 다른 만평들과 달리, 그의 만화는 사건의 전후관계 및 배경과 진행, 그리고 작가의 논평 등의 과정을 통해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줄거리 시사만화이기 때문이다.

그의 만화는 부드럽고 유연한 제시방식과 긴 호흡을 가진 '수필만화'의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시사만화로서의 본질적 임무 역시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가 '한겨레신문', '출판저널', '말', '뉴스피플' 등에 연재했던 시사만화들은 '박시백의 그림 세상 - 우리 시대의 자화상' 책으로 출판됐다.

2000년 '조선왕조실록'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이를 만화로 만드는 구상을 하고, 2001년에 그 구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신문사를 그만두고 프리하게 일을 했다. 2003년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첫 권이 출간됐고, 그해 대한민국 만화대상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후 10년간 조선시대 사관의 심정으로 500년 역사를 20권의 책에 담아내 2013년 완간했다. 13년간의 대장정을 마친 그해 부천만화대상을 수상했다.

2020년 일제강점사를 다룬 '35년' 7권도 선보였다. 2022년 '박시백의 고려사' 첫 권을 출간하며 한반도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나라 고려의 500년 역사를 탁월한 서사와 독보적인 작화로 생동감 있게 되살려내는 데 전념했고, 2024년에 모두 5권으로 완간했다.

출처=예스24·교보문고·비아북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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