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 법리…구속은 수사 수단인가 처벌 예고인가
최재순 기자
choi-2182@hanmail.net | 2026-02-05 10:05:40
법원, ‘사안 성격’보다 ‘구속의 필요성’ 본질로 돌아간 판단
[사건개요]
세종호텔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던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지부장에 대해 검찰이 공동퇴거불응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구속영장 판단은 사건의 유·무죄를 가리는 절차가 아니다. 오직 ‘구속의 필요성’만을 판단하는 단계다. 형사소송법이 요구하는 구속의 요건은 명확하다. 도망의 우려, 증거인멸의 우려. 이 두 가지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는다면, 혐의의 경중과 사회적 관심도와 무관하게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 된다.
이번 영장기각 사유는 단순하면서도 원칙적이다.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고 있고,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며, 이미 상당수 증거가 확보된 상태라는 점. 여기에 일정한 주거, 가족관계, 사회적 지위, 심문 태도까지 더해졌다. 법원이 ‘사안의 성격’이 아니라 ‘구속의 필요성’이라는 본질로 돌아간 판단으로 읽힌다.
최근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에서 구속 여부가 마치 예비판결처럼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구속이면 유죄에 가깝고, 기각이면 무죄에 가까운 것으로 오해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영장 단계는 처벌의 출발점이 아니라 수사의 방식에 관한 판단일 뿐이다.
노동 현장에서의 농성과 점거는 법과 권리가 충돌하는 지점에 서 있다. 표현의 자유와 재산권, 집회의 자유와 영업권이 맞부딪힌다. 이 충돌 속에서 법원이 꺼내 든 것은 형사절차의 가장 기본 원칙, 구속은 최후수단이라는 오래된 명제였다.
이번 결정은 특정 인물에 대한 판단을 넘어, 형사절차가 지켜야 할 선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사례로 남는다. 구속할 이유가 충분한가. 법원은 그 질문 하나에 집중했다.
[사건 고지]
본 기사는 공개된 수사 내용과 법원의 판단 사유를 바탕으로 형사절차의 원칙과 법리를 해설·논평한 기사입니다. 실제 재판 결과와 법원의 최종 판단은 향후 본안 절차에서 확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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